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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508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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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자비 왕 때입니다. 서라벌(지금의 경주)의 낭 산 아래 이상한 노인 한 분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노인은 다 쓰러져 가는 오막살이에서 형편없는 누더기를 걸치고 살았으나 그 얼굴에는 남다른 기품이 있었습니다.
백결 선생이라는 이름은 입은 옷에 구멍이 나면 그 것을 깁고 또 기워서 기운 자국이 백 군데나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해 세밑이었습니다. 이 집 저 집에서 떡방아 찧는 소리가 흥겹게 들려 왔습니다. 그러나 백결 선생의 집에서는 떡방아 소린커녕 기름 냄새도 나지 않았습니다. 백결 선생의 아내는 한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백결 선생은 문득 부인이 측은해졌습니다.
“부인,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오. 지금부터 우리도 떡방아를 찧읍시다. 자아, 눈을 감고 들어 보시오.” 백결 선생은 거문고를 끌어당겨 이윽고 방아 타령을 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것은 누가 들어도 떡방아 찧는 소리였습니다. 옛 사람 중에는 이렇게 보잘것없는 생활 속에서도 참된 마음의 자유를 누리는 지혜를 가진 분들이 있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