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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738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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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영조의 미움을 사 뒤주 속에서 비참하게 죽어 간 사도 세자에게는 아들이 있었다. 그 아들이 바로 조선조 22대 왕인 정조이다.
어린아이였을 때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정조는 아버지 사도 세자의 무덤인 융 릉을 사흘에 한 번씩 찾아가 참배했다. 이렇듯 효성이 지극한 정조는 아버지 무덤에 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아버지의 영혼이나마 편안히 잠 드시게해 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융 릉의 주변을 푸른 숲으로 우거지게하기 위해 나무를 심어 놓았다. 나무가 한창 자라날 초여름의 어느 날 정조는 융 릉을 찾았다. 아버지의 무덤에 참배를 끝내고 돌아오려하자 푸른 소나무의 잎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거의 없어진 것이 정조의 눈에 띄었다.
“황공하옵니다, 전하. 송충이가 생겨서 솔잎을 모두 갉아먹고 있습니다. 그래서 잎이 모두 없어진 줄로 아옵니다. 보살피지 못한 죄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어쩔 줄 몰라하며 허리를 굽실대는 좌우 신하들의 말에 정조는 비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찌 그것이 경들의 죄란 말이오. 효성이 부족한 과인의 부덕 때문이오.”
정조는 바로 옆의 소나무로 다가가 기어가는 송충이를 슬픈 눈으로 내려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아버님이 잠 드신 수 풀을 갉아먹느니 차라리 내 불효한 창자를 갉아 먹어라.”
그리고는 송충이를 집어 삼켜 버렸다. 당황한 신하들은 “전하! 전하!”하고 외치며 슬픔을 같이했다. 그 뒤 어디에선가 새들이 날아와 송충이를 모두 잡아먹었고, 숲은 푸르름으로 가득 찼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