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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662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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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초, 압력솥이 고장 나 애프터 서비스를 받으려고 경기도 부평의 주방 기구 업체 ‘리빙스타’에 전화를 했다. 3년 정도 사용해 낡은 솥이었다. 오래 사용해서인지 3 중 바닥의 바깥쪽 한 층이 벌어져 있었다.
이름을 ‘김범수’라고 밝힌 담당자는 솥의 상태를 듣더니 “수리는 안 되고 몸체만 새것으로 교환하는 유상 처리는 가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솥을 1 만 5 천 원과 함께 소포로 보내 달라고 했다. 잠시 후 그는 집으로 전화를 걸어 “소포보다 택배 회사를 이용하는 게 쌀 것 같다.”며 집 근처 택배 회사 전화번호를 알려 줬다.
김 씨의 말에 따라 8월 28일 솥뚜껑의 고무 패킹도 갈아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동봉해 부품 비 3 천 원 등 2 만 원을 솥과 함께 보냈다.
다음날 오전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압력솥 상태가 이런 줄 몰랐습니다. 소비자 잘못이 아니군요. 몸체는 무상으로 교환하고 고무 패킹 값 3 천 원만 받겠습니다.”고맙기도하고 미안한 마음에 “그러면 택배 요금이라도 빼고 보내라.”고 했더니 그는 소비자 잘못이 아니라며 정중히 사양했다.
깨끗이 포장된 소포가 도착한 것은 그 다음 날. 안에는 새것 같은 압력솥과 1 만 7 천 원이 든 하얀 봉투가 들어 있었다. 외제 압력솥으로 바꿔 볼까 하던 마음이 싹 가셨다. (조선일보, 97.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