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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771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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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과거 길에 오른 선비가 소나기를 만났습니다. 선비는 갓을 벗어 품에 넣고 가까운 집 추녀 밑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큰일 났군, 갈 길은 바쁘고 그렇다고 갓을 적실 수도 없으니 이를 어쩌나?”
마침 선비와 함께 비를 피하던, 한 노인이 점잖게 말했습니다.
“듣고 보니 딱하구려, 내갓모를 빌려 드릴 테니 쓰고 가시오.”
선비는 너무 기뻐서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말하자 노인은
“다음에 돌려주기만하면 되지요?”하며 건너편 초가가 자기 집이라고 하였습니다.
과거를 본 선비는 그만 낙방하고 노인과의 약속도 잊어버렸습니다. 그 후 여러 해를 고생한 끝에 마침내 과거에 급제하였습니다.
조정 대신들의 앞을 나가 인사를 올리는데 한 대신이
“그대는 오래 전에 웬 노인에게서 갓 모를 빌려 쓴 적이 있었지?”라고 물었습니다.
선비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고 보니 자기에게 갓 모를 빌려 주었던 바로 그 노인이었습니다. 대신은 선비를 엄하게 꾸짖으며
“그대는 집으로 돌아가서 약속을 지키는 도리부터 배우도록하라!”고 말했습니다. 선비는 눈물을 머금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약속이란 나와 남이 서로 지키기로 한 다짐인 동시에, 자기 자신에 대한 마음의 다짐입니다. 따라서 약속은 서로가 지키는데 그 뜻이 있습니다. 불성실하거나 책임감이 없는 사람은 거짓말을 잘 하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곧 준법정신의 근본입니다. 법은 사회를 바르게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약속입니다. 그런데 작은 약속 하나도 지키지 못한다면 과연 사회인으로서의 자격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