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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712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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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8월 말 동료의 교통 사고 소식을 듣고 정신없이 병원 응급실로 찾아갔을 때, 응급실은 아수라장 같았다. 사고를 당한 동료는 다행히 의식을 잃지 않은 상태였지만, 상태가 위중했다. X 레이 검사 결과도 아주 나빴으며, 안절부절 못 하는 가족들은 환자를 대구의 종합 병원으로 후송하기를 원했지만, 담당 의사는 좀처럼 결단을 내리지 못 했고 결국 한참 후에야 대구에 있는 종합 병원으로 후송이 결정되었다.
새벽 한 시쯤, 병원 앰뷸런스에 환자를 싣고 고속도로로 나섰다. 하지만 김천에서 대구까지는 상습 정체 구간. 일행은 다들 “길이 괜찮을까”하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도로에서 꼼짝도 못 하고 막히기라도 하면 환자는 어떻게 되나 하는 초조감이 엄습했다.
예상대로 고속 도로는 추석 연휴를 즐기기 위해 미리 벌초에 나섰다가 귀가하는 차량들로 메워져 있었다. 상황이 급해진 우리 일행을 실은 두 대의 응급 차는 어쩔 수 없이 사이렌을 울리며 갓길로 파고들었다.
그런데 예상외로 갓길은 텅 비어 있었다. 그렇게 막히는 와중에서도 갓길로 다니는 차량은 한 대도 없었고, 한 시간 남짓 만에 우리를 실은 병원 앰뷸런스는 무사히 대구에 있는 종합 병원에 닿을 수 있었고, 응급조치 후에 환자는 곧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운전자들의 질서 의식과 준법정신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그때 수술을 받은 동료는 아직도 입원 중이지만 제법 많이 나아졌다. (조선일보, 97.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