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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81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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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영이는 빛나 연립 2 층에 살고 있습니다. 학교가 끝난 후 돌아와서 피아노 학원에 가기 위해 바삐 계단을 내려서는데, 1 층 앞 통로에 이삿짐 트럭이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구질구질해 보이는 세간살이며 차 옆에 서 있는 식구들의 모습이 여간 촌스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 쪽의 아저씨께서 혜영이 쪽으로 다가와서 무엇인가 물어 보려고하는 것 같았으나, 학원 시간도 늦고 왠지 낯설게 느껴져 그냥 바삐 가 버렸습니다.
그 가족들은 강원도에서 이곳으로 새로 이사 오는 ‘길수네 가족’인데, 길수의 형이 의정부에 취직이 되었고, 길수의 교육 문제를 고려하여 가족들 모두가 이 곳으로 이사를 오게 된 것입니다. 길수네 가족은 갑자기 낯선 고장에 오자, 누가 새 이웃인지 알 수가 없어 모르는 것을 물어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곳 사람들은 모두 무엇이 바쁜지 모르는 척 스쳐 가 버립니다.
오늘 새벽 고향을 떠난 올 때 길 수의 이웃과 친척들은 서로 이삿짐을 날라 주었고, 먹을 음식을 차에 실어 주며 먼 동구 밖까지 따라 나와서 전송을 해 주었던 것입니다.
또 길수 아버지가 어릴 적, 고향에서는 모내기 철 같은 농번기에는 자기 일을 제쳐 두고 모내기하는 집에 모두 모여 일해 주었습니다. 쪄낸 모를 날라 주는 사람, 모를 꽂는 사람, 모를 잡는 사람, 밥을 해서 날라 주는 사람, 소리를 하여 흥을 돋구는 사람- 누구 하나 그 것이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옛 고향 사람들 생각이 나서 길수 아버지는 눈물이 고였습니다.
한참 후 혜영이가 돌아오다 보니 아까 그 이삿짐이 그냥 통로를 막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