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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856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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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음악회에서 일어난 일이다.
지휘를 맡은 음악가는 음악회가 있는 전날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침대 밑에 걸어 놓은 허름한 예복을 만지작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당시 음악회에서는 꼭 예복을 갖춰 입어야했다. 가난한 작곡가였던 그는 돈이 없어 새 예복을 마련하지 못했다. 다음날 결국 음악가는 한 벌뿐인 그 낡은 예복을 입고 지휘 대에 올라섰다. 대신에 그는 최선을 다해 아름다운 음악을 청중들에게 들려주리라 마음먹었다.
이윽고 지휘자의 지휘봉에 따라 음악회가 시작되었다. 지휘자는 혼신의 힘을 다해 지휘를 했다. 단정하게 예복을 차려입은 청중들이 조용히 음악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만 그 지휘자는 너무 열심히 팔을 휘두른 덕분에 어깨의 양쪽 솔기 부분이 터지고 말았다. 그것은 뒤에서 보기에 우스꽝스러웠다. 지휘자는 자신의 옷이 터진 것도 모르고 지휘를 하다 음악의 1 장이 끝나자 어쩔 수 없이 겉옷을 벗고 흰 셔츠인 채로 지휘를 했다. 사람들이 조금씩 술렁이더니 키득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맨 앞 석에 앉은 점잖은 신사가 벌떡 일어나더니 겉옷을 벗고 흰 셔츠 바람으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조금씩 새어 나오던 웃음소리가 뚝 그쳤다. 그리고 그 신사 옆에 앉았던 사람도 겉옷을 벗었다. 사람들이 하나 둘 따라서 겉옷을 벗고 흰 셔츠를 드러냈다. 그것은 조용하게 진행되었다.
지휘자가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을 맺혀 가며 열심히 지휘를 끝내고 음악은 멈췄다. 지휘자는 제대로 예의를 갖추지 못해 청중들에게 몹시 미안했다. 그는 천천히 관객을 향해 뒤돌아섰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수백의 청중들이 모두 흰 셔츠를 입고 앉아 있었다. 우뢰와 같은 박수 소리를 들으며 지휘자는 거듭 감사의 절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