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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764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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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술 시간이 싫었다. 그림을 못 그리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사물함 위에 사과를 놓으시고 그려 보라고 하셨다. 옆자리 지호는 금세 사과 모양을 잡았다. 내 도화지 위의 사과는 자꾸 찌그러졌다. 지우고 다시 그리기를 네 번 하자 종이가 얇아져 구멍이 날 것 같았다.
“그만 그릴래요.”
나는 연필을 놓았다. 선생님이 다가와 내 도화지를 한참 보셨다.
“민재는 사과를 어디에서 보고 있니?”
“…제 자리에서요.”
“그럼 지호 자리에서 보는 사과랑 같을까?”
나는 지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호 자리에서는 사과의 꼭지가 보였다. 내 자리에서는 꼭지가 거의 보이지 않고 대신 아래쪽 그늘이 넓게 보였다.
“달라요.”
“그러면 민재 그림이 지호 그림이랑 같아야 할 이유가 없겠구나.”
선생님은 그 말만 하고 다른 자리로 가셨다. 나는 도화지를 새로 받아 다시 연필을 들었다. 이번에는 사과를 예쁘게 그리려고 하지 않았다. 내 자리에서 보이는 대로, 넓게 퍼진 그늘부터 칠했다.
완성한 그림은 여전히 잘 그린 그림은 아니었다. 사과는 조금 기울어져 있었다. 그런데 그 그림에는 지호 그림에 없는 것이 있었다. 사과 아래로 길게 누운 그늘이었다.
전시된 그림들을 보다가 지호가 내 그림 앞에서 멈추었다.
“너 자리에서는 이렇게 보였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알았다. 미술 시간이 싫었던 것은 그림을 못 그려서가 아니라, 남의 그림과 내 그림을 자꾸 견주었기 때문이었다. 내 자리에서 보이는 것을 그리는 일에는 잘하고 못하고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