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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의 이사

초6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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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의 이사

소설 · 989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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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의 이사

호숫가 돌 틈에 달팽이가 살고 있었다.
꽃도 풀도 없는 그 곳은 너무나 밋밋하여 몸을 숨길 수조차 없었다. 불어 대는 바람과 내리쬐는 햇볕이 달팽이를 매일 괴롭혔다.
어느 날 우연히 그 곳을 지나가는 거미를 본 달팽이는 하소연을 했다. “이 세상은 너무나 황폐해 살 수가 없어.” 거미는 의아한 눈빛으로 달팽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그럼 이사를 해. 저기 보이는 언덕만 넘어가도 살기 좋은 곳이 나오는데, 왜 굳이 이런 황폐한 곳에 살면서 괴로워하니?”
“언덕 너머에 다른 세상이 있다고?” 달팽이는 믿을 수가 없었다.
때마침 그 곳을 날아가던 잠자리가 그들의 대화를 듣고 말했다. “원 세상에, 저 언덕 너머에 살기 좋은 세상이 펼쳐져 있다는 것을 모른단 말이니? 저 언덕 너머에서는 꿀벌이 향기로운 꽃 사이를 누비며 꿀을 모으고, 지렁이는 땅을 일구고, 나비는 꽃 가루를 날라. 모두들 얼마나 재미있게 사는 줄 아니?” 거미와 잠자리를 떠나 보낸 달팽이는 몹시 흥분했다.
엎어지면 코가 닿을 저 언덕 너머가 그처럼 좋은 낙원인 줄 몰랐고, 꿀벌과 나비와 지렁이가 그 곳에서 그렇게 즐겁게 살아가는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 했던 것이다. 달팽이는 그 곳으로 이사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그리고 거기서 한 번 멋진 삶을 살아 보리라 다짐했다.
이틀 뒤에 꿀벌이 이사를 도우러 왔다. 머리 위에서 쨍쨍 내리쬐는 햇볕을 본 달팽이는 몸을 웅크렸다. “난 오늘 이사할 수 없어. 저 뜨거운 햇볕이 날 태워 죽일 거야!” 다시 이틀이 지나자 나비가 찾아왔다. 불어 대는 바람에 겁을 먹은 달팽이는 또 이사를 못 하겠다고 버텼다. “난…. 오늘도 못 가겠어. 비 때문에 저 언덕을 아무래도 넘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다시는 그 누구도 달팽이의 이사를 도우러 오지 않았다.
달팽이는 끝내 이사를 못 했지만 때때로 즐거울 때면 그 언덕을 바라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난 몸이 약한 게 탈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나는 저 곳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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