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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1,02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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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구두 수선 아저씨와 할아버지 12명이 한 달에 한 번씩 ‘마술’ 공연을 한다. 공연장은 남 구 용 당 동 새빛 기독 보육원.
구두 수선 아저씨들이 낡은 가방과 공구 함을 메고 들어서면 보육원엔 이내 활기가 넘쳐 난다. 마당 구석에 자리 잡기 무섭게 구두 수선 아저씨들 앞엔 잡동사니가 수북히 쌓인다. 헤진 운동화, 망가진 장난감, 너덜거리는 축구공, 살 부러진 우산…. 하지만 아저씨들의 잽싼 손놀림은 고물들을 금세 멀쩡한 물건으로 바꾸어 놓는다. 쪼그리고 앉은 아이들은 넋 나간 표정으로 그저 환호성을 지른다.
“요새는 애나 어른이나 고쳐 쓸 줄을 모르잖 아요. 우리가 가진 재주는 이 것뿐이고….” 모임의 회장 격인 이종원(41)씨는 “보잘것없는 우리 솜씨로도 남을 도울 수 있겠다 싶어 나섰다.”고 했다.
이 회장과 송 승 민(43 ․총무), 권석용(54), 임 성 택(57), 전 진 택(49), 정해룡(67), 이 갑석(41), 정중웅(57), 이성두(67), 이종팔(53), 배기수 (57), 박 공 철(67)씨. 40대부터 칠순을 바라보는 할아버지까지 포함된 이들의 봉사 경력은 10년이 넘는다. 83년 “서로 외로움도 덜고 뜻있는 일을 해 보자.”고 모인 뒤, 처음엔 매월 5 천 원씩 거둬 보육원이나 소년 소녀 가장을 도왔다고 한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직접 땀을 나누기 시작했다. 지난달 장마 땐감 만 동 장애인 자활 원까지 찾아가 쏟아지는 빗속에 무너져 가는 축대를 고쳤다. 때론 노인 홀로 사는 농가에 찾아가 함께 모 내고 김도 매 준다. 보육원과 재활원 등에선 처음에 이들의 방문을 다소 심드렁하게 여겼다고 한다. 철 되면 찾아와 과일 상자 몇 개 전하면서 사진 찍느라 요란 떠는 ‘이웃 돕기’의 행태가 떠올랐기 때문인지 모른다. 하지만 고생 견디고 설움 참으며 키운 이들의 속 깊은 정을 보곤 이제 먼 발치서부터 환한 웃음으로 맞는다.
총무 송 씨는 “그저 반갑게 만나서 아쉽게 헤어질 뿐”이라며, “그래도 이게 사람 사는 맛이거니 하는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97.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