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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932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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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의 왕자가 결혼할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왕은 온 나라를 뒤져서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처녀를 뽑아 왕자의 아내로 삼기로 했다. 심사를 받은 여러 아가씨 중 세 명의 아가씨가 마지막으로 남게 되었다. 세 아가씨 모두 눈부시게 아름다워, 왕도 선뜻 그들 중 누구를 선택할 수가 없었다.
왕은 아가씨들을 궁궐에 모아 놓고, 아주 적은 액수의 돈을 나누어 주면서 그 돈으로 하루 만에 각자의 방을 가득 채워 놓으라고 분부했다. 그걸 통해 왕자 비를 뽑으려는 거였다. 다음날 아침 왕은 아가씨들의 방을 둘러보았다.
첫 번째 아가씨의 방에 들어서자 방 한가운데 화장품이 놓여 있었다. 그 아가씨는
“전하, 전하가 주신 돈으로 이만큼의 화장품 밖에는 살 수 없었나이다.”
왕은 다음 아가씨의 방으로 가 보았다. 그 아가씨의 방 한 켠에는 옷감이 쌓여 있었다.
“전하, 전하가 주신 돈으로 이만큼밖에 채울 수가 없었나이다.”
왕은 세 번째 아가씨의 방에 가 보았다. 그 아가씨의 방 한가운데엔 양초가 몇 자루 타고 있었다. 방 안은 불빛으로 구석구석 가득 차 있었다. 아가씨는 말했다.
“전하가 주신 돈으로 양초를 샀나이다.”
왕은 기뻐서 흥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오, 훌륭하도다. 방 안이 빛으로 가득하구나.”
우리는 여기서 세 번째 아가씨가 현명한 생각을 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먼저 우리는 여기서 작은 몸으로 온 방을 꽉 채워 버리고 마는 양초의 역할을 생각해야한다. 작은 자기 몸을 불사르며 어두움을 단번에 몰아내는 양초와 같은 삶!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어찌 보면 하잘것없는 사람처럼 보이기도한다. 이 험하고 복잡한 세상에서 무엇인가를 해내기엔 너무나 초라한 존재 같기도하다. 한 자루의 양초가 넓은 방에 동그마니 놓여 있는처럼…. 그러나 자기 몸을 태워 빛을 낼 때 양초는 방 하나를 꽉 채울 수 있었다.(강혜원, '생각에도 길이 있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