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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944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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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조 때 한양에 부모가 남겨 준 재산으로 놀고 먹던 게으름뱅이가 있었습니다. 못된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나 먹고 사냥이나 하면서 하루 해를 보내곤하더니 마침내는 그 많던 재산도 바닥이 나고 끼니 걱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궁리 끝에 그는 어릴 때 친구였던 평안 감사에게 찾아가 도움을 청하기로 작정했습니다. 그러나 긴 여행 끝에 평양 감영에 도착한 그에게 평안 감사는 부모님 재산으로 흥청거리고 거드럭거리던 게으름뱅이에게 돈 한 푼 빌려 주지도 않았습니다. 사정사정했으나 친구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 그는 그러면 집에 갈 여비만이라도 좀 마련해 달라고 했으나 감사는 그 것마저도 냉정하게 거절했습니다. 마침내 화가 난 그가,
“좋은 자리에 있다고 너무 그러지 말게. 자네 같은 인간을 친구라고 찾아온 내가 바보네”
하며 벌떡 일어나 술상을 엎어 버렸습니다. 감사는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거지 같은 놈을 친구라고 술 대접까지 했거늘 이 놈이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 여봐라 당장 이 놈을 묶어라.
도움은커녕 볼기만 실컷 맞고 구걸을 하며 겨우 집으로 돌아온 그는 배신감과 모욕감에 치를 떨며 부모님이 남겨 주신 재산을 모두 팔아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옛날처럼 게으른 습관이 나오려고할 때마다 감사 친구에게 받은 모욕과 살아 계셨을 때의 부모님을 생각하며 입술을 깨물고 노력한 덕택으로 10년이 지나자 그는 다시 집안을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옛집에 다시 돌아온 날, 그는 지금은 판서가 되어 있는 그의 친구를 찾아 나설 준비를 했습니다. 부인이 무엇 때문에 그런 인간을 만나러 가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조용히 대답했습니다.
“아니오. 나도 얼마 전에야 비로소 깨달았지만 그 친구가 그때 당장 먹고살 재물을 주었다면 나는 지금까지도 남의 덕에 먹고 사는 구차한 인간밖에 안 되었을 것이오, 그가 나에게 그토록 심하게 군 것은 바로 나의 자립심을 채찍질하기 위한 참된 우정이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