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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589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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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 발표회 순서를 정하는 날, 서연이는 손을 들지 못했다. 준비한 내용은 자신 있었지만 사람들 앞에 서면 목소리가 떨렸다. 같은 모둠의 태호는 마지막 순서를 고르자고 말했다. 앞선 발표를 보며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이 생긴다는 이유였다. 서연이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길수록 걱정도 커졌다.
발표회가 시작되자 첫 모둠의 화면이 갑자기 꺼졌다. 교실이 술렁였고 발표자는 당황해 말을 잇지 못했다. 서연이는 자기 모둠의 발표 자료를 종이로도 뽑아 둔 일이 떠올랐다. 그는 태호에게 종이 자료를 빌려주자고 말했다. 첫 모둠은 자료를 받아 발표를 무사히 마쳤다.
마지막 순서가 되자 이번에는 서연이의 손이 조금 떨렸다. 그때 첫 모둠 친구들이 종이 자료를 들어 보이며 조용히 응원했다. 서연이는 화면 대신 친구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첫 문장은 작게 나왔지만 두 번째 문장부터 목소리가 또렷해졌다. 발표가 끝나자 태호가 말했다. “우리가 마지막이라서 기다리기만 한 건 아니었네.”
서연이는 마지막 순서가 두려움을 키운 시간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살피고 도운 일이 결국 자신에게도 용기가 되어 돌아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