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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81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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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창가에는 화분이 열두 개 있다. 삼월에 선생님이 하나씩 나누어 주시며 이름을 붙이라고 하셨다. 나는 내 화분에 ‘초록이’라고 적었다.
처음 한 달은 다들 열심이었다. 쉬는 시간마다 물을 주고 잎을 닦았다. 그런데 오월이 지나면서 창가는 조용해졌다. 시험이 있었고, 체육 대회가 있었고, 아이들은 바빴다. 나도 그랬다.
유월 어느 날, 나는 창가에서 이상한 것을 보았다. 열두 개의 화분 가운데 넉 대만 잎이 싱싱했다. 나머지는 잎 끝이 누렇게 말라 있었다. 초록이도 그중 하나였다.
그때 민서가 물뿌리개를 들고 들어왔다. 민서는 자기 화분에만 물을 주는 것이 아니었다. 말라 가는 화분 앞에 하나씩 서서 흙을 손으로 눌러 보고, 마른 것에만 물을 주었다.
“너 왜 남의 것까지 해?”
내 말에 민서는 잠깐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그냥 두면 죽으니까.”
나는 뭐라고 더 말하지 못했다. 그날 집에 가는 길에 그 대답이 자꾸 떠올랐다. 그냥 두면 죽으니까. 너무 당연한 말인데, 나는 그 당연한 것을 한 달 넘게 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조금 일찍 학교에 갔다. 초록이의 흙을 눌러 보니 딱딱했다. 물을 주자 마른 흙이 소리를 내며 물을 빨아들였다. 옆 화분도 그랬다. 나는 그 옆도, 또 그 옆도 손으로 눌러 보았다.
민서가 교실에 들어오다가 나를 보고 웃었다. 나는 괜히 물뿌리개만 내려다보았다.
칠월이 되자 창가는 다시 푸르러졌다. 잎 끝이 누렇던 자국은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그 위로 새잎이 올라왔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돌보는 일은 대단한 결심이 아니라, 매일 아침 잠깐 흙을 눌러 보는 일이라는 것을.